7번 국도 옆으로 가다 - 박용하
7번 국도 옆으로 가다 - 박용하 11월의 저녁이 찾아왔다 해는 짧다, 읽을 수 없는 문장들이 가득하다 두께를 헤아릴 수 없는 가을 바람이 흔들린다 불확실하게, 또 1년을 살아야 했다 언제나 다시 살고 싶고 그렇다고 되풀이 살 수 없는 죽음, 밑줄 그을 수 없는 책이 여기에 있다 포기할 수 없는 유한이 거기에 있다 떡갈나무 1만 그루가 어제처럼 서 있는 숲에서 역시, 생은 짧다. 난폭한 바람의 의지가 난해하다 바다 無의 추억을 확장하고 육체의 슬픈 움직임과 정신의 경사(傾斜) 나는 흑백 필름처럼 굽이치는 국도를 사랑했다 그토록 오랜 창백한 밤을 비춘 집어등 불빛과 청어의 유영, 연민이 일어나지 않는 육체를 증오했다 해변을 따라 파도가 피어오르는 허파, 광포한 바람이 나뭇잎을 흔들어 유성의 뿌리를 태양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