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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투는 나의 힘 - 기형도

질투는 나의 힘 - 기형도 아주 오랜 세월이 흐른 뒤에 힘없는 책갈피는 이 종이를 떨어뜨리리 그때 내 마음은 너무나 많은 공장을 세웠으니 어리석게도 그토록 기록할 것이 많았구나 구름 밑을 천천히 쏘다니는 개처럼 지칠 줄 모르고 공중에서 머뭇거렸구나 나 가진 것 탄식밖에 없어 저녁 거리마다 물끄러미 청춘을 세워두고 살아온 날들을 신기하게 세어보았으니 그 누구도 나를 두려워하지 않았으니 내 희망의 내용은 질투뿐이었구나 그리하여 나는 우선 여기에 짧은 글을 남겨둔다 나의 생은 미친 듯이 사랑을 찾아 헤매었으나 단 한번도 스스로를 사랑하지 않았노라 *시집, 입 속의 검은 잎, 문학과지성 진눈깨비 - 기형도 때마침 진눈깨비 흩날린다 코트 주머니 속에는 딱딱한 손이 들어 있다 저 눈발은 내가 모르는 거리를 저벅거리..

한줄 詩 2017.12.02

7번 국도 옆으로 가다 - 박용하

7번 국도 옆으로 가다 - 박용하 11월의 저녁이 찾아왔다 해는 짧다, 읽을 수 없는 문장들이 가득하다 두께를 헤아릴 수 없는 가을 바람이 흔들린다 불확실하게, 또 1년을 살아야 했다 언제나 다시 살고 싶고 그렇다고 되풀이 살 수 없는 죽음, 밑줄 그을 수 없는 책이 여기에 있다 포기할 수 없는 유한이 거기에 있다 떡갈나무 1만 그루가 어제처럼 서 있는 숲에서 역시, 생은 짧다. 난폭한 바람의 의지가 난해하다 바다 無의 추억을 확장하고 육체의 슬픈 움직임과 정신의 경사(傾斜) 나는 흑백 필름처럼 굽이치는 국도를 사랑했다 그토록 오랜 창백한 밤을 비춘 집어등 불빛과 청어의 유영, 연민이 일어나지 않는 육체를 증오했다 해변을 따라 파도가 피어오르는 허파, 광포한 바람이 나뭇잎을 흔들어 유성의 뿌리를 태양에 ..

한줄 詩 2017.12.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