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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회에 대해 적다 - 허연

후회에 대해 적다 - 허연 "혼자 아프니까 서럽다"는 낡은 문자를 받고, 남은 술을 벌컥이다가 덜 자란 개들의 주검이 널려 있는 추적추적한 거리를 걸었다. 위성도시 5일장은 비릿했다. 떠올려 보면 세월은 더디게 갔다. 지금은 사라진 하숙촌에서 나비 떼 같은 사랑을 했었고, 누군가의 얼굴이 자동차 앞 유리창에 가득할 때도 그게 끝이라고 믿었다. 그러나, 어느 것 하나 아득해지지 않았으니 세월은 너무 더디다. 이제 어떡해야 하는 거지 아득해지지 않을 거라는 걸 알면서 스스로 가해자가 되어 문자로 답을 보냈다. 지금에 와서 나를 울린 건 사랑이 아니라 누군가의 삶이었을 뿐, 그 이상은 생각하지 않았다. 사람들은 비를 피해 은하열차처럼 환한 전철 속으로 뛰어들었고, 나는 "불행하다"고 생각하며 바짓단이 다 젖도..

한줄 詩 2017.11.28

내 안에 타오르던 그대의 한 생애 - 이용호 시집

우연히 손에 잡힌 시집이 깊은 울림을 줬다. 근래에 이렇게 집중해서 읽은 시집이 있었던가 싶게 내 마음을 움직였다. 이용호 시인은 잘 알려지지 않은 시인이다. 어쩌면 무명시인이라 해도 되겠다. 시인의 시도 이 시집에서 처음 읽었다. 약력을 보면 라는 시집을 냈다고 한다. 어차피 한국 문학계에서 시인은 무지 많다. 그러니 시집을 냈어도 제대로 알려지지 않고 묻히는 경우가 많을 것이다. 그래서 내가 이 시집을 만난 건 행운이다. 발견했다고 해야 맞겠다. 보통 한 권의 시집에 60여 편의 시가 실린다. 그러나 그런 시집을 전부 읽고도 이 블로그에 올리기 위한 두 편을 고르기가 힘든 시집이 부지기수다. 무조건 아무 시나 올리지 않고 까따롭게 고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마음을 움직인 시가 없으니 어쩔 것인가. 에는..

네줄 冊 2017.11.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