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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작정 반하다 - 조항록

무작정 반하다 - 조항록 단지 몸짓에 마음을 빼앗기기도 하지 마음을 빼앗기면 몸도 쇠약해져 그렇게 병들기도 하지 마음에만 마음을 바치는 게 아니라 몸도 아닌 한낱 몸짓 때문에 종일 물구나무 서기도 함을 그깟 몸짓에 갈팡질팡하며 견디는 게 객혈이기도 함을 굳이 흔들지 않아도 바람의 몸짓에 돌연 고백하는 종처럼 고요한 심경에 불쑥 쏟아져내리는 종소리처럼 *시집, 지나가나 슬픔, 천년의시작 잠시 쉬어가는 평화 - 조항록 의리에 살고 죽는 비디오 한국판 대부가 끝나고 조용필이 막간 가수다 음악이란 무릇 은혜로운 것 부산항은 쓰러진 건달들에게 손짓하고 나 역시 돌아갈 집 있음이 행복이라고 생각한다 피곤함도 나름 짓누르지 못하는 신작로가 내다보이는 소읍의 다방 보리차가 끓고 있는 주전자에 설령 집어넣어도 흐들갑스럽..

한줄 詩 2018.02.05

마부 - 정원도 시집

시집을 읽으면서 한 시대의 흐름을 역사적으로 이해하는 일은 드물다. 자전적인 이 시집을 읽으면서 마치 소설처럼 느꼈다. 앞 부분 몇 편을 읽다 왜 시집 제목이 마부인지를 알고부터 더욱 흥미로웠다. 시로 읽는 자서전이라 해도 되겠다. 정원도 시인은 올해 한국 나이로 60세, 맨 뒷편에 실린 시인의 산문을 읽고 시인의 생애를 알았다. 다시 찬찬히 첫장부터 시를 읽었다. 무슨 심오한 내용이나 무릎을 칠 만한 기막힌 문장은 없으나 술술 읽히는 시가 반복해서 읽어도 지루하지가 않았다. 책상에 앉아 온갖 공상과 문학 이론을 끌어다가 뜬구름 잡는 시를 쓰는 시인들과는 달랐다. 노동이 뭔지도 모르는 길고 가느다란 손가락으로 인생을 논하는 시를 빨아주는 평론가들도 뜬구름을 잡기는 매한가지다. 대체 누구을 위한 시며 평론..

네줄 冊 2018.02.04

밤 - 김유석

밤 - 김유석 -기차 갈 수 없는 곳을 가보려 함이 아니다. 가차이 두고도 한 번 들러주지 못했던 곳, 이후론 영 찾아가지 못하게 될 줄 모르는 이제는 어쩜 기차가 서지 않을지도 모르는 그 곳으로 밤차를 탄다. 겨울, 마음이 온통 새허여질 때까지 기다려 떠나는 기차에도 미처 태우지 못하는 것들이 있어 옆자리는 비고 다시 돌아올 수 없는 곳으로 실려가는 듯한 막연함이 성에 낀 차창에 긋는 어렴풋한 불빛 속으로 함께 데려가 달라고 눈송이처럼 뛰어드는 것들의 철없는 객기를 달래며 일부러 먼 길을 도는 세월은 아직도 남은 꿈이 있다는 것일까 지나친 후에야 환히 비춰지는 길의 부단한 이음새 위를 달리는 기차를 타는 사람들이 문득 아름다워 보인다. 하객이 없어도 질주하던 힘을 풀어놓고 가는 몇 몇 역이름을 외우면 ..

한줄 詩 2018.02.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