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적에 대한 보고서 - 이철경
흔적에 대한 보고서 - 이철경 유년의 한쪽 모퉁이 흔적인 양 X- Ray에 선명하게 찍힌 폐렴의 상흔이 깊은숨을 헐떡인다 짧은 봄 햇살 아래 새끼 고양이처럼 처마 밑에 앉아 졸고 있던 아이는 또래의 하굣길을 바라본다 약으로 허기를 때우는 점심나절 담장 아래서 일어난다는 것 자체가 두려움이다 파란 하늘이 갑자기 캄캄한 암흑의 소용돌이로 아찔하던, 그 찰나의 빈혈은 차라리 희열이다 검은 터널의 겨울이 가고 가뭄에 허덕이던 어지럼증처럼 내 잠에 비가 내리면 세상은 그나마 이스트가 첨가된 빵처럼 부풀어 오른다 그 짧았던 계절에 미처 따라가지 못한 몸은 끝내 긴 밤의 뒤척임처럼 똬리를 틀었지, 새벽까지 멈추지 않던 기침과 눈알이 빠질 듯, 뼈 마디마디 풀리듯 내 깊은 불면의 밤은 납작하게 뼈가 굳어버린 꿈속을 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