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혼의 엘레지 - 서규정 멀리 사라져간 하늘은 불타올라 잿보라로 날리는 마을은 이제 쓸쓸하다 가을, 다치고 다치고 뒤덮인 계절은 늙은 반장님 뒤통수에 나뭇잎으로 붙어서 성질을 버럭 내고 달겨드는 햇살과 싸워 누렇고 질긴 힘줄만 만들어 놓고 간다 이 세상 모르는 것이 없는 바람과 싸워 죽으면 다행이겠다 너무 오래 자란 손톱은 부르르 떠는 허리를 더듬고 가슴을 붙들고 일어서려 한다 한번만 나를 놓아다오 목메이는 겨울산 메아리들을 다 불러 이른 봄날 무수한 나비떼로 날릴 때에 설매화 설움 꽃가지로 나는 나를 찾으리 *시집, 황야의 정거장, 문학세계사 잠깐만의 사랑 - 서규정 짧디 짧은 넥타이를 매고 기웃기웃 날아다니다 월급날은 잠깐잠깐 사랑할 수 있었다 조퇴 한 번이 까진 이번 달 월급은 고장난 신호등처럼 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