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테 - 이강산
나이테 - 이강산 간판 찌그러진 식당이라면 어디를 가든 목소리만 들어도 주인 여자의 나이테가 그려진다 얼굴이 쥐 파먹은 고구마껍질 같어, 원 없이들 잡숴.... 어떻게 꽃 피고 단풍 들었는지 알 만하다, 몸통 어디쯤 벌목당했는지 상처가 깊은지 아물었는지 어느 방향으로 나이테가 기울었는지 너희도 자궁 들어내고 집 떠나봐라 고향이 뭔지 새끼가 뭔지 생각이 뒤집힐 것이여.... 모란시장 변두리에서 삼겹살불판을 닦던 큰누님처럼 그 여자, 생의 절반쯤 떠돌았을 게다 알 만하다, 어느 골목엔가 잘못 들어섰다가 양철지붕 고드름이나 찢어진 봉창 따위를 발견하곤 갈 길 놓치고 오늘까지 눌러앉았을 게다 *시집, 물속의 발자국, 문학과경계 근시 - 이강산 간판의 글씨들이 먼 산처럼 흐릿하다 먼 산만 바라보고 살아온 듯한 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