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아버지 신발 - 배정숙 끝물 인생이 웅크리고 앉은 요양원 신발장 절룩거리던 노역에 주석으로 단 마지막 반려의 기록이다 어스름 저녁에 장지문을 닫고 허름한 날개 한 쌍 비상의 각도를 조절하여 이제 피안까지의 거리는 몇 마장이나 될지 훠이훠이 날아와 정리한 슬픔의 깊이가 허방 한 줄 언제 다시 그와 포갤 수 있을지 지루한 자유가 형벌이 되는 하루하루가 소태맛이다 자투리 기억 속 황홀한 구속의 날들 목 빼고 바라보는 저 기다림 한 켤레 위를 암갈색 그림자가 덮어쓰기 한다 하루에 한 번씩 들르는 쇠잔한 노을빛이 잠시 신었다 벗어놓은 한 마디 유언 하얀 고무신이 고요하다 *시집, 나머지 시간의 윤곽, 시로여는세상 노인요양원 203호실 - 배정숙 어제도 막차까지 기다리는 동안 당신의 무대 위로 어느새 낯선 어둠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