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류 전체보기 4746

엄마의 공책 - 김성호

일찍 남편을 떠나 보내고 홀로 반찬가게를 하며 억척스럽게 자식들을 길러낸 엄마에게 치매가 왔다. 치매는 당사자도 가족도 대책이 막막하다. 아들과 엄마는 서로 대면대면 때론 티격태격 하는 사이다. 아들은 교수 자리가 생겼으나 5천만원이라는 돈을 대학에 기부해야 임용이 된다는데 돈 마련이 막막하다. 엄마는 기억을 점점 잃어 가면서 급기야 평생 해온 반찬 레시피도 기억하지 못한다. 더 이상 가게를 운영할 수 없어 팔기로 결정한다. 엄마는 잊고 싶은 것은 잊혀지지 않는데 잊지 말아야 할 것을 잊어버리는 것이 한없이 원망스럽다. 엄마는 기억을 잊지 않기 위해 애쓰고 아들은 어머니가 보관한 집 문서를 찾기 위해 애쓴다. 그러나 엄마는 알고 있다. 곧 자신이 모든 걸 기억하지 못하리라는 것을,, 큰 아들을 사고로 잃..

세줄 映 2018.03.25

그대 아직 순례자의 꿈꾸고 있는가 - 신표균

그대아직 순례자의 꿈꾸고 있는가 - 신표균 낙타 발자국에 고이는 이슬 한 방울 마른 눈으로 받아 마시며 그대 아직도 순례자의 꿈꾸고 있는가 걷다가 걷다가 마중 나오는 신기루에게서 예배당 첨탑 십자가를 보았는가 낙타도 노새도 버리고 오르다 오르다 헐떡이는 가슴 눈감고 껴안은 붓다 너무 무거워 그만 손을 놓쳤는가 들꽃이여 들꽃이여 바람이여 바람이여 주문인들 들리겠는가마는 뒤돌아보지 말고 가던 길 구름 잡고 흘러가게 가다가 가다가 광야에 별 하나 떨어지거든 소리 없이 지나가는 바람에도 구차한 손 내밀거나 허리 굽힐 생각 말게나 좋아서 하는 일 직업이 되면 저주가 된다는 슬픈 잠언 기억하면서 달빛은 지우고 물소리는 비우면서 쉬엄쉬엄 그대, 발자국 남기지 말고 오늘도 내일도 흘러흘러 가게나 *시집, 가장 긴 말,..

한줄 詩 2018.03.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