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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픈 뿌리 - 김점용

슬픈 뿌리 - 김점용 -꿈 31 꽃을 본다 꽃잎이 작고 단정한 진분홍색의 꽃기린이다 잎이 없는 줄기는 가늘다 뿌리가 보고 싶다, 생각하자마자 뿌리가 뽑혀 올라온다 뿌리 끝마다 꽃이 매달려 있다 줄기에 매달린 꽃과 똑같이 생겼지만 아주 작다 그 꽃을 보자 까닭 없이 외롭고 슬프다 누군가 니체꽃이라 일러준다 니체가 맨 처음 발견해서 그렇게 이름 붙였단다.... 빈 화분을 들고 집으로 돌아가는 버스를 기다린다 버스가 오지 않는다 꽃이 꽃에서 오듯 나도 내가 만든 거 아닐까 아버지도 어머니도 내가 잠시 빌린 거 아닐까 그러니까 나의 기원이란 바람과 햇살과 물과 먼지가 아닐까 아버지, 호적을 파버리겠어요 대든 적도 있지만 뿌리 뽑힌 꽃을 알몸 알몸의 노래 자기가 세상 전부인 양 우는 어린아이의 저 어마어마한 목구..

한줄 詩 2018.03.26

대화의 일치 - 임곤택

대화의 일치 - 임곤택 그가 물었다, 어두운데 잘 보이지? 가로등이 빗줄기를 비추고 반짝이는 빗줄기를 맞으며 우리는 걷고 있었다 빗방울을 밀쳐내며 지붕들이 조금씩 변했다 빗소리는 벽돌 유리창 취기로부터 왔다 不和의 힘으로 저녁이 깊었다 검은 것 한 덩어리가 지붕을 건너 다음 순간으로 사라졌다 유혹과 애간장의 무늬들이 오밀조밀 빈 곳으로 밀려들었다 귓속에서 젖은 고양이들이 자랐다 어둠이 내리고 비가 내리고 들었던 팔다리를 내리고, 이런 말들로 우리는 남김없이 표현되었다 일치하고 있었다 발, 디딘 곳과 빗방울 그리고 나머지 물기와 어둠 어두운데 정말 잘 보이네, 대답했다 한 걸음씩 옮겨졌다 약동 진입 거부 탈출의 동작으로 몸의 水深이 계속 채워졌다 *시집, 너는 나와 모르는 저녁, 중앙일보플러스 버스 증명 ..

한줄 詩 2018.03.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