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백 무덤 - 김륭 뇌를 개처럼 부려 심장까지 내려가 보는 날이 있다. 나는 아이가 된다, 무덤을 보면 뭔가 모자라게 늙었던 내가 꽉 차오르는 느낌 미친 듯이 나는, 나를 완전히 믿어도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가벼운 한숨과 깊은 농담을 나누며 지나가는 바람마저 가만히 노루 똥처럼 그냥 옆에 앉히면 보인다. 기억이 몸을 앞질러 가서 지은 집, 뒤돌아보면 심장과 함께 씹어 먹고 싶은 혀, ..... 무릎, 그리고 빌어먹을 나이 같은 것 그러니까 머리가 아니라 가슴을 치고 가는 기억이 있다. 나는 모르는 척한다. 그것은 정말 모른다는 말이 파 놓은 무덤, 개를 뇌처럼 부려 오래전에 찢긴 눈꺼풀이라도 가져온다. 고작 일 년에 두어 번 찾아뵙는 아버지, 당신 유골이 담긴 작은 항아리가 관상용 화분처럼 보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