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덟 通

空의 풍경 - 임연웅 개인전

마루안 2022. 2. 26. 22:03

 

 

 

 

포스터에서부터 눈을 붙잡는 전시회가 있다. 임연웅 사진전이 그랬다. 포스터에 있는 사진 한 점만 보고 와도 마음이 풍족해진다. 포스터에 나온 사진답게 전시장 맨 앞에 걸렸다. 멀리 황룡사지가 보이는 길이다. 오래 서서 들여다 봤다.

 

인사동 갤러리 이즈는 독특한 외관에다 감상하기 좋은 전시장이다. 인사동이든 청담동이든 생겼다가 소리 없이 사라지거나 있었다가 없어진 화랑들이 어디 한둘이던가. 인사동만 봐도 10년 넘게 같은 자리에 있는 화랑이 몇 개나 될까.

 

아마도 사설 전시장으로 접근성으로나 전시장 동선으로나 이 정도 갤러리 드물다. 발길을 붙잡는 전시가 있을 때 코로나 시국에도 종종 들르는 곳이다. iS 갤러리는 문익점의 후손이 세운 문중문고인 <인수문고>라는 영문 앞자에서 따온 것이라 한다.

 

임연웅의 전시는 전국의 폐사지를 담은 작품들이다. 한때 영화롭던 사찰이었다가 사라진 자리에 남은 흔적들을 기록했다. 법당이었다가 잡초 무성한 폐허도 있고 길이었다가 지워진 곳도 있을 것이다.

 

그래서 전시회 제목도 <空의 풍경>이다. 모두 흑백 작품으로 가로 사진보다 정사각이나 세로 작품이 대부분이다. 간만에 오래 들여다 보면서 머문 전시회였다. 하마터면 놓칠 뻔했는데 책상 앞에 붙여둔 메모 덕에 볼 수 있었다.

 

전시회도 이렇다. 사람 만나는 것처럼 보는 것도 다 인연이 있어야 한다. 내가 선택한 것이 아닌 이 사진들이 나를 끌어 당겼구나. 전시장 돌며 그런 생각을 했다. 불교인은 아니지만 내 정서가 불교적이어서 더 그럴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