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전통 시장을 간다. 생선 가게 앞에서 두 사람이 낑낑거리며 대형 상자를 내린다. 와! 이렇게 큰 생선을 직접 보기는 처음이다. 딱 사람 크기다. 생선 대신 내가 저 관처럼 생긴 상자에 누워 있는 것 같았다.
전통 시장에서 내가 사는 건 과일이 제일 많다. 가끔 닭강정이나 꽈배기를 살 때도 있다. 오랜 기간 가는 단골 떡집에서 시루떡을 사기도 한다. 식성도 바뀌는지 나이 먹으면서 떡을 좋아하게 되었다.
예전에 그 사람은 늘 사랑을 확인했다. 가끔 내 표정을 보며 물었다. "나를 사랑하기는 하는 건가요?" 그냥 웃지만 말고 빈말이라도 그렇다고 할 걸 그랬다.
사랑 점검의 마지막 대사는 늘 똑 같았다. "사랑에도 보증수표가 필요한 거예요." 내 사랑은 보증금은커녕 공수표였다.
"개새끼" 그 사람이 마지막으로 내게 한 말이다. 떡과 꽈배기를 사서 돌아오는데 시장 골목 모퉁이에서 고양이가 도망을 갔다. 고양이가 남긴 글씨를 보자 꼭 나한테 한 말 같아 입맛이 씁쓸했다.
집에 돌아와 노트북 뚜껑을 열자 보다 남긴 영화가 상영되고 있었다. 쓸쓸하게 혼자 점심을 먹는 영화 속 남자와 동병상련이다. 극장에서 그 사람이 몇 개씩 쥐어 주던 팝콘 대신 꽈배기를 베어 먹었다. 오늘 따라 꽈배기가 좀 질기군. 뒤죽박죽에다 뒤숭숭한 일요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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