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의 일생 - 박남원 그의 전 재산이라고는 그의 두 귀와 머리카락과 단세포로 된 두 팔과 다리 그리고 상 하반신에 걸친 싸구려 한 벌의 옷뿐이었다. 그는 징집연령이 되어 19xx년 봄 어느 날 휴전선 근처 어딘가에 최종 배치되어 근무하게 되었는데 같은 해 비가 1~3미터를 구별 못하게 할 만큼 쏟아지는 우중의 철책선 근방에서 6.25때 매설된 지뢰를 잘못 밟아 그의 마지막 재산마저 깡그리 탕진해버렸다. 내가 그 이듬해인 19x1년 어느날이 되어서야 비로소 그가 잠들어 있는 국립묘지에 가보았는데 그가 묻힌 자리에는 흔한 꽃 한송이 벌 한마리도 모여들지 않았다. 그가 남긴 유산이라고는 단조롭게 조각된 화강암 묘비와 아무 형용사도 덧붙이지 않은 묘비명과 입영하던 날 열차 창문으로 머리를 내밀고 친구인 나에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