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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나무처럼 우리가 - 이강산

가을나무처럼 우리가 - 이강산 ​ 잎 떨구는 나무를 보고 가을엔 생각했다 저것도 다 제 삶의 방식대로 핏줄 끊는구나 한 겹씩 살점 늘어가는 봄을 겪어왔으므로 미련 없이 허물 벗는구나 썩은 배추밭에서 신도시로 폐광촌으로 길을 옮기며 생각했다 우리 생존의 희망이 한고비를 넘길 때마다 슬픔도 뚝살을 더해가는구나 일정한 흐름이 있다고 생각했다 허물 벗고 봄 기다리는 가을나무처럼 모자라거나 넘치는 만큼 우리가 이룰 일들이 제때를 기다린다 여겼다 싸움도 사랑도 잠시 쉬는 듯한 새벽 거리에 서서 사람들의 가을이 되고 봄이 되어줄 아침을 기다리며 *시집, 세상의 아름다운 풍경. 실천문학사 꽃불 - 이강산 가을이라 꽃핀다고 한 송이 활짝 피어서야 꽃이겠는가 이제 막 벙그는 꽃대궁들이 바람에 흔들리다 낮은 키 못난 대로 ..

한줄 詩 2018.05.09

당당한 혼밥

며칠 전의 일이다. 지인이 오후 두 시가 휠씬 지났는데 여태 밥을 먹지 못했다고 같이 가자고 한다. 혼자 식당에 들어가 밥 먹기가 부담스럽다는 거다. 둘이 가서 한 사람만 밥을 먹는 것도 눈치가 보이지만 혼잡한 시간이 아니라 함께 들어갔다. 하긴 예전에 그런 사람이 있긴 했다. 구내식당에서도 혼자 밥을 먹지 않았다. 한번은 물었더니 남이 보고 얼마나 인간성이 나쁘면 혼자 밥을 먹나 생각할까 그렇단다. 지나친 주변 인식이다. 당당한 혼밥이 필요하다. 혼자 영화 보러 갈 줄도 알아야 하고 혼자 밥 먹을 줄도 알아야 한다. 혼술은 좀 그렇더라도 혼밥까지 주변 눈치를 볼 필요가 있을까.

다섯 景 2018.05.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