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줄 詩

현기증 - 김윤환

마루안 2018. 5. 12. 18:49

 

 

현기증 - 김윤환

 

 

한 오 년 돌려막기로 아이를 키우고 늦깎이 공부도 했다 맹렬한 독촉전화와 뻔한 핑계, 기실 내 거짓이 들어날 때마다 이상하게도 부끄러움보다 고통의 쾌감으로 나는 들떴다 산다는 것이 중년의 허리에 지방이 붙듯 자기도 모르게 위선으로 띠를 두르고 그저 날마다 같은 거짓을 반복하는지 몰라 이제 내 거짓말에도 이자가 붙어 삶의 원금을 다 갉아 먹은 것은 아니었을까?

 

돌리고 돌려온 쳇바퀴,

그 현기증을 느낄 때마다

 

살아 있다고

살고 싶다고

내 몸은 소리쳤다

 

 

*시집, 까띠뿌난에서 만난 예수, 시와에세이

 

 

 

 

 

 

허리띠 - 김윤환

 

 

마지막 구멍

넓어지고 찢어져

새로 송곳을 찌를 만도 한데

고집스레 호흡을 들이킨다

 

몸통을 잃은 후에야

나이를 확인하는 고목처럼

잃어버린 자신만큼

허리에 둘러진 나이테

졸라맬수록

숨이 차다

 

가슴에 품었던

송곳,

햇살에 빛난다

 

 

 

 

# 김윤환 시인은 1963년 경북 안동 출생으로 협성대, 단국대 대학원 문예창작과를 졸업했다. 1989년 <실천문학>으로 등단했다. 시집으로 <그릇에 대한 기억>, <까티뿌난에서 만난 예수>, <이름의 풍장>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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