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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무겁고 너무 가벼운 허무 - 김인자

너무 무겁고 너무 가벼운 허무 - 김인자 이제 다시는 허무의 투망질에 생애를 걸지 않겠노라고 맹세한 적이 언제였나. 그러나 아침이 오면 다시 그물과 배를 손질하고 돛을 올렸다. 설마, 한 번쯤은 내 생애에 준비된 만선이 없을라구! 낡은 배를 띄우는 이유는 그뿐이 아니다. 그물 가득 걸려 올라오는 허무쯤이야 이제는 웃을 수도 있지만 아, 그렇지 어디 고기를 잡을 수 있는 게 그물뿐이었나. 예전에 아버지는 일러주셨지. 그물이 아니면 낚시를 던져보라고, 저 바다 속에 전생을 걸고 단 한 마리라도 건져 올릴 고래가 있다면. *시집, 상어떼와 놀던 어린 시절, 여음 아름다운 것은 독이 있다 - 김인자 넓은 동해바다에서 끊임없이 나를 유혹해 오던 것은 해파리떼였다. 어디서부터 헤엄쳐왔는지 어느 땐 물위를 까맣게 덮..

한줄 詩 2018.05.06

나의 아들, 나의 어머니 - 안재민

참으로 귀한 다큐 영화다. 장편 영화로는 다소 짧은 70분의 러닝타임이지만 잠시도 긴장을 놓지 못하게 할 만큼 몰입도가 높다. 늙은 아들과 더 늙은 엄마의 이야기다. 칠순 아들이 구순 넘은 엄마를 봉양하는 이야기다. 어머니 권기선 여사는 열여덟 살에 종가댁 며느리로 들어와 평생 안동의 고택을 지켰다. 일찍 남편을 여의고 아들 하나를 길렀다. 그 아들이 예안이씨 종손 이준교 선생이다. 서울에 살던 아들이 몸이 불편한 어머니를 봉양하기 위해 홀로 고향에 내려온다. 거동이 불편한 어머니를 모시고 다니며 시장 구경, 꽃 구경 등으로 효도를 다한다. 이 영화가 소중한 것이 구순 엄마의 일상이 그대로 보여지는 것이다. 제대로 걷지도 못하는 어머니가 아들의 도옴으로 대소변을 보는 장면과 심지어 돌아가신 어머니의 입관..

세줄 映 2018.05.05

어쩌면 오늘이 - 여태천

어쩌면 오늘이 - 여태천 하루 종일 보채던 아이가 한밤중에 품속으로 파고든다. 엄습하듯 생각의 먼 후대를 불러들이는 너. 너를 안고 불 꺼진 오늘을 천천히 걸어 본다. 납작해진 너를 안으면 안을수록 내가 나를 안고 있다는 생각 그 생각 하면 할수록 나를 심각하게 생각하는 게 내가 아니라 너라는 생각 자고 나면 다시 오지 못할지도 모른다는 불안 때문에 너는 눈을 또렷이 뜨고 무거워진 밤을 자꾸만 흔들어 깨웠던 것이다. 밤은 깊고 또 깊어져 이 밤의 공기를 다시 만질 수 없는 때도 있어서 오늘이 백년의 기억보다 더 깜깜하다. 그때마다 후대의 아주 먼 생각이 가만히 왔다가 가만히 가는 중이라고 나는 중얼거렸다. *시집, 저렇게 오렌지는 익어 가고. 민음사 속기 - 여태천 오후의 남쪽 하늘에 떠 있던 구름의 모..

한줄 詩 2018.05.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