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무겁고 너무 가벼운 허무 - 김인자
너무 무겁고 너무 가벼운 허무 - 김인자 이제 다시는 허무의 투망질에 생애를 걸지 않겠노라고 맹세한 적이 언제였나. 그러나 아침이 오면 다시 그물과 배를 손질하고 돛을 올렸다. 설마, 한 번쯤은 내 생애에 준비된 만선이 없을라구! 낡은 배를 띄우는 이유는 그뿐이 아니다. 그물 가득 걸려 올라오는 허무쯤이야 이제는 웃을 수도 있지만 아, 그렇지 어디 고기를 잡을 수 있는 게 그물뿐이었나. 예전에 아버지는 일러주셨지. 그물이 아니면 낚시를 던져보라고, 저 바다 속에 전생을 걸고 단 한 마리라도 건져 올릴 고래가 있다면. *시집, 상어떼와 놀던 어린 시절, 여음 아름다운 것은 독이 있다 - 김인자 넓은 동해바다에서 끊임없이 나를 유혹해 오던 것은 해파리떼였다. 어디서부터 헤엄쳐왔는지 어느 땐 물위를 까맣게 덮..