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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역사 - 류흔

나의 역사 - 류흔 나는 나를 모색해왔으며 나로부터 역전될 수 없다 지난 사십여 년간 나는 낙후되었으며 그것은 매우 점진적이었다 타인이 보기에 나는 모든 면에서 덜 개발된 듯이 보였을 것이며 내가 아닌 나에 대해 꼭 집어 규정하기가 거시기한 그런 존재다 고생대 화석에도 나타나는데 나는 수억 년 전부터 고생스런 삶을 살도록 운명지어졌으며 한 사천 년 전에 한 번 천오백 년 전에 한 번 그리고 엊그제 한 번 이렇게 세 번 정도 행복했던 기억이 있다 결정적으로 나의 빈곤은 완벽한 충만에서 비롯되었으며 지난 신생대에 잠시 신생의 삶을 살았듯이 나는 어떤 신비 속으로 나를 밀어넣고 싶다 붉은 입술 속으로 혀를 밀어넣듯 세월을 구애하거나, 구걸하는 나와는 다른 나의 시간을 포옹한다 어떤 식으로든 결과를 갖는 비교적..

한줄 詩 2018.06.11

빈 병 - 전성호

빈 병 - 전성호 빈둥거리는 나이가 되면 구석 빈 병처럼 웅크린 채 부려놓고 간 폐지 뭉치나 빈 박스를 챙기면서 전에 듣지 못한 소리에 귀가 열린다 향일성의 식물들 온몸 비틀어 해를 따라가는 소리 자전하는 지구 위를 소리 없이 지나가는 아득한 별들의 소리, 쓸데없이 호루라기 소리를 쏟아놓는 위병소 옆 면회실 누가 차기 대선 주자인지 입방아 찧는 소리 한 그루 침묵을 망고 나무에 옮겨 심는 큰 손 가진 이의 숨소리 말없이 구겨진 폐지 한 장 반듯하게 펴놓는 손바닥 스치는 소리. *시집, 먼 곳으로부터 먼 곳까지, 실천문학사 耳鳴 - 전성호 벚나무 둥치를 품은 말매미 허물로 한 철을 살아낸 집 쉰내가 날 때까지 플라스틱 통에 팥떡, 망개떡, 찰떡을 팔던 해운대 백사장 성질 급한 놈, 오토바이 경주에 한몫 끼..

한줄 詩 2018.06.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