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한 번 묻고 싶어도 - 김종수
한때는 뜬금없이 묻곤 했지요
날 진짜 사랑해?
한 발짝 디딜 때마다 디딘 곳이 사라지는
시간의 계단을 오르다 보니 이젠
삶 자체가 그런 언어를 잊어버렸군요
날 사랑해?
묻지 말아야 할 것
아무리 물어봐도 답이 없는 것
속 뻔한 질문이지만 이젠 왜
그 질문조차 잊혀지는 걸까요
생(生)의 바람이 쉼 없이
세월의 등을 떠미는 게 안타까워
다시 한 번 묻고 싶어도
그냥 가슴에 묻어야겠어요
그대를 아는 만큼만 안다는 건 결국
아무 것도 모른다는 거겠지요
아무 것도 모르기 때문에
이토록 흔들리는 거 아니겠어요
*시집, 엄니와 데모꾼, 달아실
명절 테러범 - 김종수
처음엔 안 그랬는데
옛날엔 설렘도 있었는데
육십이라고 누구나 다
귀가 순해지는 것은 아니었다
육십갑자 돌고 나니
명절이 명절이 아니다
명절 때마다
명절을 테러하고 싶다
'한줄 詩' 카테고리의 다른 글
喪家는 아늑하다 - 김응교 (0) | 2018.06.08 |
---|---|
반짝임에 대하여 - 김선우 (0) | 2018.06.08 |
그때 이후 - 김이하 (0) | 2018.06.08 |
삼원색 - 박시하 (0) | 2018.06.07 |
보내지 못한 편지 - 김광수 (0) | 2018.06.0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