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나는, - 류근
어쩌다 나는, - 류근 어쩌다 나는 당신이 좋아서 이 명랑한 햇빛 속에서도 눈물이 나는가 어쩌다 나는 당신이 좋아서 이 깊은 바람결 안에서도 앞섶이 마르지 않는가 어쩌다 나는 당신이 좋아서 이 무수한 슬픔 안에서 당신 이름 씻으며 사는가 어쩌다 나는 당신이 좋아서 이 가득 찬 목숨 안에서 당신 하나 여의며 사는가 어쩌다 나는 당신이 좋아서 이 삶 이토록 아무것도 아닌 건가 어쩌다 나는 당신이 좋아서 어디로든 아낌없이 소멸해버리고 싶은 건가 *시집, 어떻게든 이별, 문학과지성 俗 반가사유 - 류근 아주 쓸쓸한 여자와 만나서 뒷골목에 내리는 눈을 바라봐야지 옛날 영화의 제목과 먼 나라와 그때 빛나던 입술과 작은 떨림으로 길 잃던 밤들을 기억해야지 김 서린 창을 조금만 닦고 쓸쓸한 여자의 이름을 한 번 그려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