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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단해지는 법 - 윤석정

단단해지는 법 - 윤석정 물고기의 뼈는 가시라는 것 구운 생선을 발라 먹는데 가시 하나가 목에 걸려 꺼끌꺼끌할 때 문득 알게 된 것 그리운 것들도 가시라는 것 자꾸 마음에 걸려 나오지 않는 것 빼내려하면 할수록 더 아픈 것 마음의 뼈는 그리운 것 물고기처럼 마음도 뼈를 가지고 너에게 헤엄쳐 갔다 올 때 네가 내 마음에 걸린다는 것 목구멍에 걸린 가시를 배 속으로 꾸역꾸역 삼켰을 때 잊어야 한다는 것 그리운 것들이 마음을 아프게 할 때 흐르는 눈물의 뼈도 가시라는 것 가시는 밖으로 드러내지 않는 것 뼈를 감싸는 모든 살들은 물렁하다는 것 내 마음이 아무렇지 않다고 삼키려 할 때 단단해지는 법을 배워야 한다는 것 마음의 뼈는 물렁하다는 것 *시집, 오페라 미용실, 민음사 삼천리 인생 - 윤석정 삼천리 자전거..

한줄 詩 2019.03.12

쓸만한 녀석 - 서규정

쓸만한 녀석 - 서규정 외로워라 물풀에 기댄 바위 우등상은 감히 엄두도 못내고 보리피리 꺾어 불며 개근하던 녀석 밥 굶고 학교에 가서 청소당번이나 되던 녀석 여자 짝꿍과 사진 한 장 못 찍어 본 녀석 국방부 홍보영화를 보러가서 죽어라 박수치던 녀석 정보병과로 군대에 가서 소총수로 끝낸 녀석 넥타이 메고 공장으로 가며 만면에 웃음을 띄던 녀석 연탄가스를 마시고 출근하다 쓰러진 녀석 파업에 동참하지 못하고 덩달아 해고된 녀석 배 타러 가서 체격이 작다고 툇짜 맞은 녀석 친구의 여자 심부름이나 해주는 녀석 이렇다할 하이라이트가 없는 신비한 녀석 밋밋한 생활의 연속에도 왜 대체 혼절하지 않나 오히려 맑은 정신으로 너무 멀리까지 왔다 그리워라 우리나라에서 가장 강한 그 사내 *시집, 직녀에게, 도서출판 빛남 우리..

한줄 詩 2019.03.11

장사익 소리판 - 자화상 七

인천에서 10대 사춘기 시절을 온전히 보냈다. 그때부터 알고 지낸 내 친구 중에는 인천 토박이들이 몇 명 있다. 이 공연도 그 친구 중 하나가 예매한 공연을 함께 본 것이다. 우연이었다. 예전에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장사익 공연을 본 감상을 이 친구에게 말한 적이 있다. 그때 친구가 나중 기회가 오면 자기도 꼭 장사익 공연을 보겠노라 했었다. 공연 날 아침에 문자가 왔다. 오후에 열리는 장사익 소리판에 올 수 있냐는 거다. 장사익 공연을 모르고 있었기에 귀가 솔깃했으나 다른 일정이 있어서 바로 약속을 할 수 없었다. 1시간 후에 답을 주겠다 하고 일정 수정에 들어갔다. 양해를 구했더니 바로 양보해준다. 내가 장사익 왕팬임을 알고 있기에 가능했다. 공연장에 가기로 약속하고 나서 두어 시간쯤 지나 다시 친구..

여덟 通 2019.03.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