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잠깐들 - 황학주 많은 잠깐들 - 황학주 혼자 있을 시간이 된다 옆구리에 뜨거운 밀떡을 붙이고 부스럭거리는 비가 새는 지상에 부스럼을 앓는 나는 있다 나를 다치게 해서 살게 해주었던 계절들은 물방울 화석처럼 놀랍고 좋은 질문이다 지저귀던 새와 우울한 벤치의 오전과 오후는 울다가 어디로 간 당.. 한줄 詩 2019.03.30
삼류 - 김명인 삼류 - 김명인 진짜 사기꾼이 왕창 해 처먹고 날랐는데 어쩡어쩡 똥개마냥 따라다니다 감방이라면 도맡아 드나드는 머저리를 알고 있다 모처럼 집안 모임에 갔더니 두 달 전부터 또 갇혔단다 벌써 몇 번째야, 삼촌 삼촌, 외제 차 끌고 와서 으쓱댈 때 알아봤어야, 이번에는 생판 남한테 집.. 한줄 詩 2019.03.30
꽃잎의 화학식 - 성윤석 꽃잎의 화학식 - 성윤석 수만의 알에서 깨어난 거북이 새끼들 중 맨 나중 몇 마리를 위해서 그 드넓은 해안 백사장이 낭비되었듯이 나,라는 별 쓸모없는 인간 하나를 내보내기 위하여 수만의 정자와 수만의 난자가 낭비되었듯이 밤차 타고 한번 휙 쳐다보는 벚꽃 밤 벚꽃을 위하여 기차와.. 한줄 詩 2019.03.29
누수현상 - 정성환 누수현상 - 정성환 바닷가 허술한 슈퍼 기웃거리는 가로등 그림자에 친구는 얼굴 묻고 소주를 들이켰다 바람 속에 눈부시게 꽃피어도 바람결에 누군가는 떠나가서 돌아오지 않았다 송정 비치슈퍼 앞에서 그러는 사이 우리는 오도 가도 못하게 차츰 늙어버려 골목길에 버려진 바람 같았.. 한줄 詩 2019.03.29
제주 올레길 3코스 3코스는 온평 포구에서 표선 해수욕장까지 이어지는 다소 긴 코스다. 전날 2코스 끝나갈 무렵 갑자기 쏟아진 비 때문에 서둘러 걷느라 제대로 사진을 찍지 못했다. 기록을 위한 여행이 아니어서 다행이다. 밤새 비가 오락가락 하더니 아침에도 잔뜩 흐렸다. 숙소에서 제공하는 아침을 든든히 먹고 비옷도 단단히 챙겨 조금 일찍 나섰다. 3코스는 중간에 두 개로 나눠진다. A코스는 해변을 걷다 산간 마을로 들어가는 길이고 B코스는 줄곳 해변길을 걷는다. 나는 당연 길고 험한 A코스를 택한다. 이 길은 바닷길과 전통 제주 산중마을을 만날 수 있는 보기 드문 길이다. 코스가 길어서 체력이 약한 사람은 힘들 수 있다. 그래도 강력 추천하는 길이다. 흐린 하늘에서 이따금 빗방울이 떨어지기도 하는 해변길을 한동안 걷는다. 바.. 일곱 步 2019.03.29
제주 올레길 1-1 코스, 우도 2코스까지 걷는 동안 날씨가 무척 변덕을 부렸다. 바람도 심하고 흐리다 비가 오다를 반복했다. 전날 숙소에서 일기예보를 보며 기대는 했으나 우도 들어간 날은 날씨가 아주 좋았다. 전형적인 3월 하순의 제주다. 20년 전쯤 왔던 섬이지만 이번에 우도를 걸으면서 섬이 그렇게 큰 줄 몰랐다. 아침 9시 배로 들어가서 7시간 정도 머물렀으나 미처 다 돌아보지를 못했다. 섬을 한 바퀴 도는 버스 하루 자유티켓을 사서 군데군데 그 버스를 이용했는데도 그렇다. 가능하면 사람이 없는 곳을 골라 걸었다. 한적한 마을길을 걸으니 온전히 섬 전체를 나 혼자 전세 낸 느낌이었다. 딱히 정해진 코스를 걸은 게 아니다. 그냥 발 닿는 대로 쉬엄쉬엄 걸었기에 사진을 봐서는 정확히 어느 곳인지 기억이 없다. 어쨌든 눈물 나게 좋았다.. 일곱 步 2019.03.29
제주 올레길 2코스 올레길 2코스는 광치기 해변에서 온평포구까지 4시간 약간 넘게 걸리는 길이다. 그런데 초반에 걷는 올레길이 폐쇄 되면서 나머지 길이 아무 특색 없는 마을길이 많다. 아스팔트 길 걷느라 발바닥이 아팠다. 올레길 중에 비추천 길이다. 막힌 길 대신 우회 도로를 걷기에 약 3시간 정도 걸으면 충분할 거리로 짧아졌다. 2코스를 걷기 전에 광치기 해변에서 오래 앉아 있었다. 혼자 있기에도 둘이 보기에도 좋은 풍경이다. 여러 번 왔었던 성산 일출봉이 코앞에 보인다. 해변에서 말 타는 사람도 많다. 광치기 해변에 앉아 바다를 바라 보다 2코스를 시작할 때쯤 한차례 소나기가 쏟아졌다. 3월의 제주 날씨 참 변화무쌍하다. 지도에는 있으나 잠시 폐쇄된 2코스 구간이다. 한적한 길을 잠시 걷다 돌아올 요량으로 들어가 보았다.. 일곱 步 2019.03.29
제주 올레길 1코스 예전에 제주 올레길을 몇 번 걸었다. 일정이 편하고 좋은 곳만 골라 곶감 빼 먹듯이 그냥 군데군데 선택해서 걸었다. 올 초에 전국 올레길을 하나씩 걷기로 했다. 걷더라도 더 나이 먹기 전에 조금 체계적으로 걸어보리라 결심하고 첫 일정으로 제주를 잡았다. 훗날 추억이 바닥날 때쯤 일기장처럼 혼자 보기 위한 기록이다. 허름한 흔적일지라도 블로그에서 PC 큰 화면으로 사진을 볼 수 있어서 좋다. 올레길을 걷다 보니 예전에 함께 걸었던 추억이 새록새록 솟아나기도 한다. 둘이어도 좋고 혼자 걸으면 더 좋은 길이다. 1코스는 시흥리 버스정류장에서 내려 조금 올라가면 시작점이 나온다. 완연한 봄날의 아침이다. 올레길이 시작되는 곳에 안내소가 있다. 일이 적성에 맞지 않는지 무지 하기 싫은 것처럼 보이는 아줌마가 앉아.. 일곱 步 2019.03.29
동백꽃 여인숙 - 송문희 동백꽃 여인숙 - 송문희 사시사철 동백꽃 핀다 하룻밤 헐값으로 숙박부에 적은 거짓은 진실하지 못한 사랑이 아니다 한 떨기 수줍은 사랑이 가난한 시절을 견딘 것이다 해마다 떨어져도 떨어진 자리에서 다시 피고, 피었다가 마지막 잠이 쏟아질 때 그 사랑을 안고 생생하게 떨어지는 어.. 한줄 詩 2019.03.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