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피는 물보다 진하다, 또는 핏줄이 땡긴다, 등 가족이라는 끈을 강조하는 문구를 인용한다. 맞다. 어릴 때 헤어진 부모나 형제를 성인이 되어 못 알아보는 것은 연속극에서나 보는 일이고 대부분 닮은 꼴을 떠나 저절로 핏줄이 땡겨서 알아 본다. 둘 다 아기 때 헤어졌다면 혹 모를까 곧 데리러 오겠다며 떠난 오빠를 훗날 여동생이 못 알아 보는 연속극 설정은 유치하다. 그런 것을 울궈먹는 작가의 상상력도 대단하다. 아무리 세월이 지났어도 몇 마디 나눠보면 금방 핏줄임을 알 수 있는 끌림은 인간의 유전자다. 그런 가족이 때론 짐이 되거나 혹이 될 수도 있다. 이 책은 낳아 준 것밖에 없는 아버지를 병간호하는 한 청년의 이야기다. 넋두리가 아닌 가족이라는 끈을 끊지 못해 병든 아버지를 책임져야 하는 현실의 생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