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꽃 - 김말화
머리카락이 희끗해지도록
기억할 만한 행복 하나 변변히 없는 여자
등 뒤로 바람이 지나가고 생각난 듯 분꽃이 피었다
한번도 행복에 대해 말하지 않았다
취산(聚散)의 땅에 앉아 묵묵히 꽃을 피워내고
뿌리로 사는 것, 행복이라 여겼다
튼실해진 가지들 사이에서 가끔 중얼거리듯 노래 할 뿐
손발이 터지도록 거름이 되고 울타리가 돼주었다
마당에 분꽃 앞 다투어 피던 날
꽃 아래 퍼질러 앉아 울던 여자
그녀를 지키려다 눈두덩이 시커멓게
부풀어 오른 나도 까만 눈물을 떨구었다
올해도 저렇게 분꽃이 피었구나
울어야 할 일이 또 있기라도 하듯
*시집/ 차차차 꽃잎들/ 애지출판
쑥부쟁이 - 김말화
야야 성욕은 참아도 식욕은 못 참는데이
감동이 가슴으로 오면 예술이지마는
아랫도리로 오면 외설 아이가
내사마 주말에는 시간엄다
술식이라도 내만 생각하는 서방인데 올인해야제
시파마 지랄하고 내가 샤워하는 소리만 내도
저 인간은 무서버한데이
오만 원 줄래 내하고 잘래 그라모
오만 원 얼른 던져주고 등 확 돌리삐는 인간
내가 같이 가고 싶으가 이름 있는 맛집 아냐고 물었디마는
느무 기집년 꿰차고 다니는 새끼들이나 알쥐 쥐어박는 소리로 그칸다
참나 기가 맥혀서 너털웃음밖에 안 나온데이
그래도 내 별명이 고저스 아이가
고저스가 뭔지는 알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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