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줄 詩

분꽃 - 김말화

마루안 2020. 8. 20. 19:32

 

 

분꽃 - 김말화

 

 

머리카락이 희끗해지도록

기억할 만한 행복 하나 변변히 없는 여자

등 뒤로 바람이 지나가고 생각난 듯 분꽃이 피었다

 

한번도 행복에 대해 말하지 않았다

 

취산(聚散)의 땅에 앉아 묵묵히 꽃을 피워내고

뿌리로 사는 것, 행복이라 여겼다

튼실해진 가지들 사이에서 가끔 중얼거리듯 노래 할 뿐

손발이 터지도록 거름이 되고 울타리가 돼주었다

 

마당에 분꽃 앞 다투어 피던 날

꽃 아래 퍼질러 앉아 울던 여자

그녀를 지키려다 눈두덩이 시커멓게

부풀어 오른 나도 까만 눈물을 떨구었다

 

올해도 저렇게 분꽃이 피었구나

울어야 할 일이 또 있기라도 하듯

 

 

*시집/ 차차차 꽃잎들/ 애지출판

 

 

 

 

 

 

쑥부쟁이 - 김말화

 

 

야야 성욕은 참아도 식욕은 못 참는데이

감동이 가슴으로 오면 예술이지마는

아랫도리로 오면 외설 아이가

내사마 주말에는 시간엄다

술식이라도 내만 생각하는 서방인데 올인해야제

시파마 지랄하고 내가 샤워하는 소리만 내도

저 인간은 무서버한데이

오만 원 줄래 내하고 잘래 그라모

오만 원 얼른 던져주고 등 확 돌리삐는 인간

내가 같이 가고 싶으가 이름 있는 맛집 아냐고 물었디마는

느무 기집년 꿰차고 다니는 새끼들이나 알쥐 쥐어박는 소리로 그칸다

참나 기가 맥혀서 너털웃음밖에 안 나온데이

그래도 내 별명이 고저스 아이가

고저스가 뭔지는 알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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