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줄 冊

폭우반점 - 조우연 시집

마루안 2020. 9. 19. 22:38

 

 

 

기대하지 않고 읽은 시집인데 대번에 빠져서 읽었다. <폭우반점>이라는 제목 또한 특이하다. 톡톡 튀는 문장에서 눈을 떼지 못하게 하는 흡인력이 있다. 처음 접하는 시인인데 이름처럼 정말 우연으로 읽었다.

 

이런 시인도 있었어? 서점 시집 코너에 가면 정말 모르는 시인이 많아서 눈이 바쁘다. 어디선가 들어 본 듯한 이름도 있고 동명이인의 시인이라 헷갈리는 시인도 있다. 같은 시인인 줄 알고 주문했는데 이름만 같고 엉뚱한 시집을 접할 때도 있다.

 

조우연 시인은 이 시집이 첫 시집이다. 어디서도 접해 보지 못한 개성 있는 시가 문장 속에 오래 머물게 한다. 달착지근하지 않아 다소 불편한 싯구이나 머물고 나면 힐링이 되는 문장이다.

 

구체적 생활 체험이나 구질구질한 인생으로 치부할 밑바닥 삶에서 자신 만의 방식으로 삶의 애환을 끄집어 낸다. 내가 시인을 알아가는 것도 시를 접하는 것도 오직 시집을 통해서다.

 

기를 쓰고 찾아 보면 다른 방법이 있을 수도 있겠으나 굳이 그럴 필요는 못 느낀다. 신간 시집이 나오면 꼼꼼히 살피다가 마음 가는 시를 발견하면 읽게 되고 그러다 보니 차곡차곡 알아가는 시인이 늘어 간다.

 

 

바람 부는 날

서로를 부등켜안은 청보리들이

짠 바다 물결로 울렁이는 것도

비 내리는 날

후두두 옥수수밭에서 들리는

수수로이 울음을 삼키는 소리도

모두 다

태생적으로 외로운 탓

 

*<외떡잎> 일부

 

 

외로움으로만 시를 쓸 수 있다면 나는 백 권의 시집도 낼 수 있으리. 조우연 시인은 자신의 외로움에 생채기를 내서 공감이 가는 싯구를 끌어내는 능력이 있다. 이 시인도 오랜 기간 땅 속에서 잠을 잤던 매미의 유충처럼 외롭고 긴 어둠을 감내했을 것이다. 새로운 시인을 알게 되서 기쁘다.

 

 

모자라거나 넘치거나 - 조우연

 

 

다리가 두 개 더 많아서

난 곤충이 아니래

어이없어하는

거미를 보며

 

나는 뭐가 더 많아서

사람이 아닐 수도 있겠다 싶다

 

아니면 뭐가 좀 부족해서

사람이 못될 수도 있겠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