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죽기 딱 좋은 날이라는 문학적 표현을 쓴다. 바람이 분다 살아야겠다는 유명한 싯구도 있다. 아무리 상투적이라도 질리지 않는 문구임은 틀림없다. 이 책을 읽으면 가슴에 착 감기는 이 문구가 얼마나 소용 없는 문장인지를 알게 한다. 이 책은 작가 권혁란이 90세에 세상을 떠난 친정 어머니의 죽음을 경험한 이야기다. 원래 작가는 없는 얘기 지어내거나 경험한 일을 적더라도 각색을 한다. 그래서일까. 책에 실린 이야기가 순도 100% 실화는 아닐 거라는 생각을 깔고 읽었다. 작가의 책이니 문장은 아주 술술 읽힌다. 작가의 어머니 김봉예 여사는 여섯 자식을 두었다. 작가는 김여사의 막내 딸이다. 자식 농사를 잘 지은 김봉예 여사는 당신이 원했던 것처럼 세상을 떠나지 못했다. 누구나 짧게 앓다가 깔끔하게 죽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