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줄 詩

다시 가을 - 김남조

마루안 2020. 9. 23. 19:21

 

 

다시 가을 - 김남조

 

 

다시 가을입니다

긴 꼬리연이

공중에 연필 그림을 그립니다

아름다워서 고맙습니다

우리의 복입니다

 

가을엔 이별도 눈부십니다

연인들의 가슴앓이도

지금 세상에선 수려한 작품입니다

다시 만나려는 나의 축원도

가을이어서

진심이 한도에 닿았습니다

 

그간에 여러 번

가을이 다녀갔는데

또 가을이 수북하게 왔습니다

이래도 되는지요

빛 부시어 과분한 거 아닌지요

고맙습니다 고맙습니다

나의 복입니다

 

 

*시집/ 사람아, 사람아/ 문학수첩

 

 

 

 

 

 

노년의 날개 - 김남조

 

 

삐걱거리는 내 뼈는

몸 안의 자잘한 사슬이며

허허로운 모래밭에

내 순정의 파편들이 쌓이고

그 위에

질펀한 노을

 

애련하구나

늙는 일 서툴러서

깃털 줄어도 더 줄어도

날아오르려 애쓰는

내 노년의 날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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