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섯 景

나이롱 바지와 플라스틱 바구니

마루안 2020. 10. 4. 11:49

 

 

예전에 나이롱 바지를 입었던 시절이 있었다. 워낙 개구쟁이여서 툭 하면 바지 무릎이 헤지곤 했는데 나이론 바지는 질겼다. 나이롱 바지가 질긴 반면에 불에 약했다. 불에 슬쩍 닿아도 오그라들거나 구멍이 났다.

 

지금은 환경 오염의 주범이지만 플라스틱 출현은 인류 문명에 큰 변화를 줬다. 바구니, 바가지, 다라이 등, 플라스틱은 생활용품에도 변혁이었다. 예전에 그 귀한(?) 플라스틱 바구니를 불에 올렸다가 한쪽이 녹아 찌그러졌다.

 

어머니에게 빗자루로 엄청 맞았다. 없는 집안에 플라스틱 바구니는 큰 살림이었을 터, 바구니 한쪽을 불에 태운 것이다. 깜짝 놀라 녹아 내린 곳을 만졌다가 손가락을 데었다. 어머닌 아들 손가락이 데인 것보다 구멍 나고 찌그러져 못 쓰게 된 바구니가 더 아까웠다. 오래 전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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