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줄 冊

대형교회와 웰빙보수주의 - 김진호

마루안 2020. 9. 27. 19:52

 

 

 

정치와 종교 얘기는 꺼내기가 늘 조심스럽다. 내 주변에 기독교인이 많기에 더욱 그렇다. 아무리 가까운 사이라도 가능한 종교나 정치 얘기는 하지 않는다. 의견이 다르면 대립하다가 결국엔 말싸움으로 번질 수 있기 때문이다.

 

내 경험에 의하면 종교인이 가장 편향된 생각을 갖고 있다. 사랑이나 자비를 베풀고 실천한다는 종교의 가르침과는 반대다. 특히 개신교가 그렇다. 어떤 신학대 교수가 종교 화합 차원에서 불교 행사에 참석해 덕담으로 한 말을 트집 잡아 이단으로 몰아 퇴진 시킨 일도 있다.

 

큰 틀에서 그 사람의 생각을 평가하는 것이 아니라 그 대목만 딱 뽑아서 문제 삼은 것이다. 이런 방식이라면 직장에서든 동호회 모임에서든 얼마든지 꼬투리 잡아 불이익을 줄 수 있다. 일상에서도 말꼬리 잡고 늘어질 때 얼마나 사람을 질리게 하던가.

 

일부 개신교에서 이단 논쟁을 벌일 때면 제 3자인 내 생각은 이랬다. 얼마나 자기가 믿고 있는 종교에 자신감이 없으면 저런 방식으로 몰아 갈까. 그리고 내 맘대로 결론을 내린다. 부실한 믿음에 대한 컴플렉스가 드러나는 행동이라고,,

 

이 책의 저자 김진호 선생을 요약한다. 민중신학자로 한국 사회와 교회의 불편한 공존에 대해, 그리고 민중의 숨겨진 그림자를 찾는 것에 관한 글을 써왔다. 여러 책을 썼으나 다른 책은 읽어 보지 않았으니 모르겠고 이 책을 읽고 많는 공감을 했다.

 

글도 아주 잘 쓴다. 과격하지 않으면서 조목조목 눈에 확 들어 오는 주장을 편다. 덕분에 한국 대형교회 형성사를 제대로 알았다. 나야 저자의 생각에 공감하지만 개신교 입장에서는 불편할 내용이 많다. 그래서일까. 내용이 아주 흥미로웠다.

 

종교에 관한 책을 많이 읽지는 않았으나 대부분 일방적인 주장이나 찬양 일색이다. 믿음을 강요하거나 아니면 한눈을 팔지 못하게 하는 주입식 글이 많았다. 어쩌면 개신교가 유독 보수주의자들이 많은 이유이기도 할 것이다. 

 

옛날 반공 시대에 얼마나 많은 주입식 교육을 받았던가. 아직도 툭 하면 빨갱이 타령을 하는 것도 당시의 주입식 교육 탓이다. 아는 것 만큼 보이고 보인 만큼 느낀다고 했다. 이 책으로 개신교에 대한 눈꺼풀을 한 겹 더 벗겼다. 좋은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