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줄 冊

종말의 밥상 - 박중곤

마루안 2020. 10. 10. 19:47

 

 

 

책 제목과 함께 책 표지에 실린 그림이 너무 강렬하다. 종말이라는 말은 일부 열성 기독교인들이 철석 같이 여기는 믿음이기도 하다. 20년 전에 세기말이 다가올 무렵, 휴거라는 말이 회자되었다. 그들은 정말 곧 종말이 온다고 믿었다. 믿음이 약한 자는 구원 받지 못한다고 했다.

 

믿음은 자유이니 내가 뭐라 할 일은 아니다. 다만 종교의 자유가 주변을 불편하게 만드는 일은 없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이 책도 밥상의 종말을 말하면서 표지 그림은 바이러스가 담긴 숟가락를 보여주고 있다. 섬뜩하다. 인간 욕심의 후과다.

 

전대미문의 전염병인 코로나로 지구촌이 완전 황폐화 되면서 일상을 완전히 바꿔 놓았다. 인류는 늘 전쟁과 질병을 이겨 내며 고난을 극복하고 생존했기에 이 난국도 언젠가는 진정이 될 것이다. 그러나 환경 파괴의 댓가로 치르는 기후 변화라는 재앙과 싸워야 할 것이다.

 

모든 편리함에는 댓가가 따른다. 세상에 공짜는 없다. 내가 많이 가지면 누군가는 적어지고 내가 편하면 누군가는 불편함을 겪게 되는 것이 우주 불변의 법칙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줄곧 그 생각을 했다. 불편도 실천하지 않으면 아무 소용 없다는 것을,,

 

저자의 책은 처음 읽고 저자 또한 생소하다. 그러나 오랜 기간 공부를 한 식품 연구자라 해도 되겠다. 저자의 주장은 이렇다. 먹기 좋게 개량된 과일에 씨가 없다고 좋은 것이 아니다. 씨앗 없는 농산물은 생체 프로그램이 고장 난 것이란다. 격하게 공감한다.

 

인간을 위해 개량된 소나 닭의 사육을 불편해 한다. 개량에 개량을 거쳐 고기를 생산하는 가축과 알을 낳은 닭으로 경제성을 극대화한 축산 현실을 고발한다. 동물 복지를 주장하지 않더라도 이 지적은 다른 운동가들이 늘 했던 것이다.

 

빨리 성장 시켜 치킨집으로 보내고 많은 알을 낳게 하는 작금의 축산 현실을 생생하게 알려주고 있다. 숫소를 거세 시켜 육우로 만드는 과정 또한 꼼꼼한 지적이 충격적이다. 대강 알고는 있으나 적나라한 축산 현실은 식탐 많은 나를 주저하게 만든다.

 

우유를 생산하는 젖소 축사도 읽기가 부담스럽다. 저자는 <젖소인가 우유 펌프인가>라는 소제목으로 이 현실을 고발하고 있다. 매일 우유를 마시는 나로써는 충격적이다. 나는 고기는 거의 먹지 않지만 우유와 계란은 먹는다. 그렇다고 채식주의자는 아니다.

 

저자는 종말의 밥상 현실을 지적하며 이렇게 마무리 한다. 가능한 육식을 하지 말자. 그리고 익혀 먹는 것보다 생식을 하자는 것이다. 육식을 줄이자는 말에는 격하게 공감하지만 생식은 다소 부담스럽다. 나도 잡곡밥을 좋아하고 과일과 야채를 가능한 생으로 껍질 채 먹는 편이다.

 

저자의 주장과는 별개로 나는 김치찌개나 짜장면에 들어간 돼지고기는 먹지만 굳이 따로 갈비나 삼겹살, 치킨을 시켜 먹는 것을 자제한다. 최소한의 육류 섭취 방식이다. 환경 운동도 입으로 하는 것보다 실천하는 것이 우선이다. 종말의 밥상은 자기가 차리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