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저 출판사에서 나온 시집 중에 창비와 문학동네 시집은 가능한 들춰보는 편이다. 들춘 열 권 중에서 두 권은 골라 읽어야지 하는 목표를 세웠지만 번번히 빗나간다. 하긴 내 인생이 어긋남의 연속이었으니 책 읽는 목표 빗나가는 것은 일도 아니다. 나의 책 읽기는 우물 안 개구리에 수박 겉 핥기 식의 용두사미였다. 한때는 이런 얕은 지식을 뽐내지 못해 안달이 났다. 아는 체를 위해서 때론 과장도 했고 목차만 보고 다 읽은 것처럼 천연덕스럽게 자랑질을 하기도 했다. 지금은 그것마저 시들해졌고 나에게 혼잣말처럼 웅얼거린다. 하늘의 뜻을 아는 것이 오십대라는데 나는 그 말을 믿지 않는다. 그래서 연륜을 믿지 않는다. 그걸 내가 증명하고 있다. 하늘의 뜻을 알고 나서 조만간 귀가 순해져야 할 텐데 나는 해당사항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