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리바이 - 김유석 둥근 벽시계 하나뿐인 방 들보에 목을 맨 사내가 축 늘어져 있다. 발바닥과 방바닥 사이, 천 길 허공을 어떻게 디뎠을까 자살과 타살이 함께 저질러진 듯한, 멎은 시계와 머리카락처럼 흩어진 방바닥의 얼룩은 사내를 살려낼 수 있는 모종의 단서...., 현재의 시간을 맞추자 바늘이 거꾸로 돌면서 얼룩 위에 물방울이 돋고 썩어 가던 냄새가 사내의 몸속으로 빨려든다. 아주 천천히 사내의 발가락이 꼼지락거릴 때까지 딱딱하게 굳어 쌓이는 물의 계단들. 사내의 몸이 모빌처럼 흔들리고 발바닥이 닿자 차갑고 두터운 틀로 변하는 물은 단말마의 전율을 통증으로 바꾸며 어떻게든 살아오게 했던 기억들을 뒤진다. 머리를 묶은 풍선과 가슴속 시든 꽃들, 손가락 새로 빠지는 모래알들. 목을 매야만 했던 까닭을 떠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