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한 아침 - 백인덕 기다리기만 하기로 했습니다 일주문 지나 바랜 잎 꼭지 위에 꽃이야 피든 말든 푸른곰팡이 몇 줌 이질(異質)의 사랑으로 위대(偉大)를 빚든 똥을 싸든 간밤 독주에 부은 목구멍 활짝 열어 싸한 숨결을 흡입합니다 죄(罪)는 어디서 오는가 죄(罪)는 어떻게 오는가 내려가는 계단은 벌써 은빛에 휩싸이고 한걸음, 그저 한 걸음이지만 나머지는 캄캄한 어둠, 모든 뒤란 살아, 아니 영원히 맞설 수 없는 얼굴일 뿐, 살의(殺意)의 미소이었든 위악(僞惡)의 만개(滿開)였든 이 아침의 새는 모두 제 이유로 날아갈 뿐입니다 말을 만나려거든 말이 오지 않는 길목에 지켜 서서 기다려야 한다는 목이 메는 말에 목을 매고 불만 가득한 볼펜을 꺼내 양손 엄지와 검지에 불을 놓습니다 검은 멍이 말갛게 씻길 때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