껌 씹는 염소 - 조우연 껌을 씹다가 뺨을 맞아본 사람은 안다 번쩍, 섬광으로 빛나는 외로움의 발화점을 사각의 하악 구조를 한 사람들의 밑바닥에는 쓸쓸이라는 씹던 껌이 쩌억, 눌러붙어 있음도 안다 풀밭의 검은 염소가 몇 시간째 껌을 씹고 있다 반추동물처럼 고독의 고삐에 묶여서 너 역시 몇 시간째 땡볕 아래서 우울거리고 있지 사는 게 이렇게 질기다네, 질겅 슬퍼서 건방져진 표정을 후려 맞아도 멈추지 말아요, 질겅 염소가 입을 오므려 풍선을 분다 팽팽히 긴장한 풍선이 퍽 하고 터졌을 때 너는 그만 어두운 표정을 들키고 만다 들켜버린 표정은 함부로 뱉어선 안 되지 상처는 오래 씹어서는 안 되고 잘 싸서 버릴 것 질겅! *시집/ 폭우반점/ 문학의전당 약국(藥國) - 조우연 아픈 자가 이 나라의 일개 서민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