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줄 冊

북극권의 어두운 밤 - 백인덕 시집

마루안 2021. 1. 12. 19:30

 

 

 

백인덕 시인이 일곱 번째 시집을 냈다. 그의 시집을 언급하는 것은 처음이지만 이 시인과의 인연은 꽤 되었다. 이 땅의 모든 시인을 사랑하고 싶지만 일면식도 없는 시인을 밑도 끝도 없이 예찬할 수는 없다.

 

많은 시를 읽기보다 공감이 가는 시를 온전히 내 것으로 만드는 편이다. 영화도 여러 영화를 보기보다 한 감독의 작품을 집중해서 본다. 백인덕 시인도 집중해서 읽는 시인이다. 그의 시를 언제부터 읽었을까.

 

어느 시인의 시집 뒤편에 실린 해설에서 처음 접했을 것이다. 여러 시집에서 그의 발문이나 해설을 읽었다. 주례사 발문이든 쪽집게 해설이든 이 사람은 이런 글 전문인가 보구나 했다. 어디서든 만날 인연은 만나는 법, 헌책방에서 그의 첫 시집을 접했다.

 

우연히 발견한 <끝을 찾아서>, 큰 기대 없이 읽었으나 몇 편 읽으면서 단박에 빨려 들었다. 기술로 시를 쓰는 게 아니라 감성으로 쓴다는 느낌을 받았다. 영화 감독이든 시인이든 반하면 계속 판다. 그의 다른 시집을 찾아 읽었다. 공감이 꼬리를 문다.

 

이번 시집에서 내 공감력이 제대로 걸렸다. 코로나로 인해 시절이 하 어수선해서인가? 아님 여기저기에 이유 갖다 붙이기 좋은 외로움 때문인가. 어쨌든 <북극권의 어두운 밤>을 반복해서 읽었다. 여러 시인 읽기보다 한 시인 제대로 알기였다. 

 

자극적인 양념도 MSG도 잘 느껴지지 않지만 묘한 흡인력이 있다. 이렇게 늘 내 방식으로 시를 읽는다. 주류에 적응하지 않는 지독한 외골수의 고독을 느낀다. 나 같은 독고다이는 안다. 시인이 문장에 풀어 논 고독을 내 것으로 만드는 방법을,,

 

 

이기적인 기도 - 백인덕

누구 보라고 피는 꽃일망정
최소한 나는 아닐 것이다

딴 데 보고 우는 새
새를 지켜보며
하염없이 새는 생각

아침의 노란 꽃은
대낮에 희고 저녁에 붉다
이 한밤 기억 속에서는
서글프게 잔혹하다

불빛을 향해 우는 고양이
깊숙이 귀를 열어도 틈이 벌어지지 않는다

아무도 몰래 일어나는 비극이라도
최소한 나는 아닐 것이다
나는 아닐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