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줄 冊

함께 걸어갈 사람이 생겼습니다 - 한비야. 안토니우스 반 주트펀

마루안 2021. 1. 17. 21:33

 

 

 

여행가 한비야의 책이다. 세계 오지 마을을 여행하며 쓴 책 <바람의 딸, 걸어서 지구 세 바퀴 반>을 읽으며 참 당찬 여자구나 했다. 이런 여행은 용감하기도 해야 하지만 야물딱진 성격이 아니면 금방 포기하게 된다.

 

언젠가부터 그녀를 바람의 딸이라 불렀는데 참 어울리는 별명이라 생각한다. 글에서 비치는 예감은 이 여자 평생 혼자 살 사람이구나 했는데 짚신도 짝이 있다더니 60세가 되어 결혼을 한 것이다. 남편은 7년 연상의 네덜란드 남자다.

결혼은 했어도 함께 살지는 않는다. 이들 부부가 정해놓은 부부생활수칙은 꽤 특이하다. 이 책에는 두 사람 합의 하에 여러 생활 방식이 있는데 가장 특이한 것이 336 타임이다. 1년 중에 3개월은 남편 고향 네덜란드에서, 3개월은 아내가 있는 서울에서, 한 해의 절반인 6개월은 따로 떨어져 각자 사는 방식이다.

 

아마도 여전히 세계 곳곳을 자유롭게 떠돌고 싶은 생활을 포기하고 싶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한비야는 바람처럼 세상 곳곳을 여행하면서도 국제구호활동 전문가로 열심히 활동했다. 남편 <안토니우스 반 주트펀>도 그 과정에서 만났다. 

 

2002년 아프가니스탄 북부 헤라트의 긴급구호 현장에서 처음 만나 인연을 맺었다. 오랜 인연을 이어오다가 2014년 연인으로 발전했고 2017년 부부가 됐다. 이 책에는 그 과정이 세세하게 나온다. 한비야는 원래 글을 잘 썼지만 남편의 문장 실력도 수준급이다.

 

남편은 결혼 경력이 있어서 장성한 두 딸이 있다. 나는 한비야가 바람의 딸이든 낙타의 친구든 그가 사는 방식을 존중한다. 이런 삶을 스스로 선택해 사는 것도 보람 있는 일이다.

 

돈 벌어서 재산 늘리는 것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 있는 반면 한비야는 한시도 게으름을 피우지 않고 치열하게 배우며 오지를 여행하고 남을 위해 봉사하는 삶을 살았다. 이 결혼과 무관하게 그의 삶은 아름답다.

 

부창부수라고 남편도 남을 위해 봉사하는 삶을 살았다. 딸들도 아버지처럼 돈이란 자기 소유가 아니라 하나님의 것이라고 생각한다. 주로 걷는 여행을 했던 여행지를 떠날 때 신고 있던 등산화를 벗어 걸인에게 주고 오는 남자다.

 

보여주려고 하는 행동이 아닌 오직 사랑을 실천하고자 하는 마음이 없으면 할 수 없는 행동이다. 나는 모든 사람의 인생 속에 우주가 들어 있다고 여기지만 이들의 삶이야 말로 거창하지만 우주적이다. 

 

60대인 이 둘에게 가장 자세하고도 구체적인 건 단연 여행 계획이다. 지금껏 남편 안톤은 130개국, 한비야는 105개국을 다녔다고 한다. 앞으로 10년 간은 최선을 다해 돌아다닐 계획이란다.

 

망할 놈의 코로나 때문에 나라 간의 이동이 쉽지 않은 요즘이다. 여행은 물론 두 사람이 정해 논 336 타임도 지키기 쉽지 않을 것이다. 안톤도 한비야도 나눔을 실천하는 삶을 살고 있다.

 

한비야는 일찌감치 사전연명의료의향서와 유언장까지 작성해 놓았다. 남편도 한비야의 길을 따를 모양이다. 세상 뜨는 날, 되도록 아무것도 남기지 말고 가자. 가진 것을 꼭 쥐고 있다가 버리듯 갈 게 아니라 평소에 바로바로 나눠야 한다는 것이 두 사람의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