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장미 - 최세라 나의 넋이 나가겠지 불땀을 빼며 자주 혹은 아주 가끔씩 물을 마실 때마다 컵 속에 너울거리는 혀가 한 잎 또 한 잎 아주 끝까지 색을 빼는 것이겠지 네 안에 너 자신이 결핍돼 있는 것처럼 내 혀로 사랑을 부정하며 살아 왔다 불에서 걸어 나온 것들만 꽃이 되는 건 아니야 마지막 연탄불을 들어내는 날 숨이 턱 막히게 눈이 쌓인다면 그런 걸 꽃이라 부른다면 꽤나 괜찮게 동면하는 것 혹은 죽어가는 것 아픔은 평등하지 않아 온몸에 돋친 가시로 눈을 가릴 때 목 위로 새하얗게 질리고 그 밑에 피가 고이는 순간을 사랑합니다 사랑합니다만 그래서 어쩌란 말인가요 내가 완벽했다면 당신을 사랑하겠습니까 우아하게 지는 법, 그게 일생 도달해야 할 지점인지도 모르죠 *시집/ 단 하나의 장면을 위해/ 시와반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