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발사의 세번째 가위 - 박지웅 평생 남의 뒤에서 살았다 이발사는 뒤에서 웃는 직업이다 이발소로 흘러든 것이 구름이라도 깍듯이 대접한다 등 굽은 이발사는 낙타 뼈로 깎은 빗과 세번째 가위를 들고 벽에 길게 덮인 거울로 들어간다 대개 구름은 희미한 머리카락을 가지고 있다 머리칼을 칠 때마다 약간의 물소리가 빠져나간다 손님과의 대화는 다 뜬구름 잡는 소리, 가위는 은빛 날개를 한 비행기처럼 구름 속으로 사라졌다가 나타난다 그때마다 구름은 머리채 부드럽게 흔들며 눈을 가늘게 뜬다 가죽 의자에 얌전하게 앉아 있는 듯하지만 이발 보자기 걷으면 구름은 어느새 걷히고 없다 뭉클하게 잘려나간 것을 쓸어모으면 바닥에 낙타처럼 웅크린 것들은 파랗게 눈뜬다 일찍이 이발사는 부모가 솜구름을 타 이불 속에 숨기는 것을 알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