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줄 詩 3890

서서 오줌 누고 싶다 - 이규리

서서 오줌 누고 싶다 - 이규리 여섯 살 때 내 남자친구, 소꿉놀이 하다가 쭈르르 달려가 함석판 위로 기세 좋게 갈기던 오줌발에서 예쁜 타악기 소리가 났다 셈여림이 있고 박자가 있고 늘임표까지 있던, 그 소리가 좋아, 그 소릴 내고 싶어 그 아이 것 빤히 들여다보며 흉내 냈지만 어떤 방법, 어떤 자세로도 불가능했던 나의 서서 오줌 누기는 목내의를 다섯 번 적시고 난 뒤 축축하고 허망하게 끝났다 도구나 장애를 한번 거쳐야 가능한 앉아서 오줌 누기는 몸에 난 길이 서로 다른 때문이라 해도 젖은 사타구니처럼 녹녹한 열등 스며있었을까 그 아득한 날의 타악기 소리는 지금도 간혹 함석지붕에 떨어지는 빗소리로 듣지만 비는 오줌보다 따습지 않다 서서 오줌 누는 사람들 뒷모습 구부정하고 텅 비어있지만, 서서 오줌 누고 ..

한줄 詩 2014.10.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