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줄 詩 3890

추석달 - 손택수

추석달 - 손택수 스무살 무렵 나 안마시술소에서 일할 때, 현관 보이로 어서 옵쇼, 손님들 구두닦이로 밥 먹고 살 때 맹인 안마사들도 아가씨들도 다 비번을 내서 고향에 가고, 그날은 나와 새로 온 김양 누나만 가게를 지키고 있었는데 이런 날도 손님이 있겠어 누나 간판불 끄고 탕수육이나 시켜먹자, 그렇게 재차 졸라대고만 있었는데 그 말이 무슨 화근이라도 되었던가 그날따라 웬 손님이 그렇게나 많았는지, 상한 구두코에 광을 내는 동안 퉤, 퉤 신세 한탄을 하며 구두를 닦는 동안 누나는 술 취한 사내들은 혼자서 다 받아내었습니다 전표에 찍힌 스물셋 어디로도 귀향하지 못한 철새들을 하룻밤에 혼자서 다 받아주었습니다 날이 샜을 무렵엔 비틀비틀 분화장 범벅이 된 얼굴로 내 어깨에 기대어 흐느껴 울던 추석달 *시집, ..

한줄 詩 2014.10.13

30년 전 - 서정춘

30년 전 - 서정춘 -1959년 겨을 어리고, 배고픈 자식이 고향을 떴다 -아가, 애비 말 잊지 마라 가서 배불리 먹고 사는 곳 그곳이 고향이란다 *시집, 죽편, 시와시학사 죽편(竹篇).1 - 서정춘 -여행 여기서부터, -멀다 칸칸마다 밤이 깊은 푸른 기차를 타고 대꽃이 피는 마을까지 백 년이 걸린다 죽편(竹篇).2 -工法 하늘은 텅 빈 노다지로구나 노다지를 조심해야지 조심하기 전에도 한 마디 비워 놓고 조심하고 나서도 한 마디 비워 놓고 잣대 눈금으로 竹節 바로 세워 허허실실 올라가 봐 빈 칸 딛고 빈칸 오르는 푸른 아파트 공법 죽편(竹篇).3 -님 사월 초파일은 오신 님의 날이외다 오늘은 대나무조차도 오신 나의 님이외다 하늘 꼭대기까지 마디마디 들숨으로 닿아 오르다가 이윽고 안으로 구부리며 날숨을 ..

한줄 詩 2014.10.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