뻐꾹나리 - 김인호
-떠나고 돌아오는 것
한자리에 앉아 있을 수 없는
들락날락대는 마음처럼
올 여름비는 참 두서가 없다
시간을 따라 세월을 따라
어떤 것들은 떠나가고 어떤 것들은 돌아온다
떠나가는 것들에게 손을 흔들고
돌아오는 것들을 마중하며
나는 그저 여기 머무르는 것 같지만
하루에도 수십 번을 떠나가고 돌아오는 중이다
떠나고 돌아오는 것
몸이 아니라 마음이다
*시집, 꽃 앞에 무릎을 꿇다, 눈빛
닻꽃 - 김인호
-지금은 그저
가을 산 오르니 벌나비 부산타
해 짧아지고 꽃들도 열매 맺기에 바쁠 터
꽃도 벌도 나비도 나도
시간이 많지 않음을 안다
가을을 결실의 계절이라지만
빛과 향을 잃어가는 상실의 계절이다
한 생의 붉은
혹은 하얀 마침표 같은 꽃잎들이
땅에 엎드려 마지막 숨을 내쉰다
나의 빛과 향기는 무엇이었을까
묻고 물으며 나도 시들어 가겠지만
지금은 그저 꽃과 함께 내 지나온
저 희미한 구비길을 담아 보고 싶다
# 김인호 시인은 꽃 사진을 찍으러 다닌다. 꽃도 꽃 나름, 사람 눈에 잘 띄지 않는 야생화를 찍는다. 마주한 꽃 앞에 붙인 부제가 더 마음에 든다. 깊어가는 가을 밤에 읽는 시가 긴 여운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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