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줄 詩

기다림 하나쯤 품고 사는 것도 - 권경업

마루안 2014. 10. 14. 22:11



기다림 하나쯤 품고 사는 것도 - 권경업



가버린 봄은
돌아와 다시 꽃 피운다지만
떠나간 그대는, 다시
오리라 생각치 않습니다
다만, 두고 떠날 때
말하진 않았어도 오죽했을 그 마음 
기꺼이 멀어져 그리움 되어 준
내 삶의 소중한 한 사람이여
그대와의 인연 다했다는 걸 알면서도
저 윤중로 벚꽃 봄비에 다 지도록
나는 기다립니다.


기다림 하나쯤 품고 사는 것도
지는 꽃그늘의 쓸쓸함과
세상 숱한 설움의
견딜 수 있는 힘이겠기에



*시집, 사랑이라 말해보지 못한 사랑이 있다면, 명상






 


山사람은 소주를 마신다 - 권경업


 
슬픔이 흐르던 산
기쁨이 일어나던 산
그리운 산 그리운 님
못내 그리다가
도회의 뒷골목
옛 산친구를 만나
어느 선술집 쪽탁자에서
노가리목 비틀어 잡고
그리움을 달랠까


소주 싫어하는 산사람 없지
산쟁이 마음처럼 투명한 액체
마시는 만큼 솔직하게 취하는 술
슬픈 이야기에 슬퍼하고
기쁜 이야기에 기뻐하며
쪽탁자 모서리에 쌓여가는 빈 병


장구목 눈사태에 묻히고
설악골에서 동지의 주검을 메고
소주병 씻어 마시던 12탕
새벽녘 부채바위 밑에서
동문으로 술사러 가도록
빈병 하나 하나마다 취한
옛 이야기가
백두대간 종주하는
나그네의 발길에 채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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