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줄 詩 3890

주검옷과 땔감 - 김점용

주검옷과 땔감 - 김점용 -꿈 68 저승사자가 셋 왔다 가슴이 뜨끔하다 검은 망사 두건을 쓰고 곱게 화장을 했다 두루마기는 희고 검은 스트라이프 무늬를 넣었는데 어머니의 소복을 짜 넣은 것이다 내가 태연한 척 우리는 해당 사항 없으니 저 아래 마을로 가라고 하자 그들이 사라진다 난 산 중턱에서 땔감으로 쓸 나무를 마련한다 나뭇가지에 옷이 주렁주렁 걸려서 무척 무겁다 동네 어른 한 분이 수의를 맞추었다며 어머니는 부러워하셨다 살아서 스스로 수검옷을 짓다니, 장롱 속에 수의를 넣어두고 홀로 지낼 어머니를 생각하니 살아 있는 무덤이 따로 없다 사람 하나 보내는 데 너무 많은 것을 준비한다 수의에 상여에 무덤에 잔치에 제사까지, 난 마침표 하나라도 남기기 싫다 땔감이나 충분히 마련해서 조상부터 내 뼛가루까지 다..

한줄 詩 2016.03.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