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줄 詩 3890

목단꽃 이불 - 손순미

목단꽃 이불 - 손순미 내가 버린 이불이었나 낯익은 목단꽃 이불 지하도 사내의 몸을 덮고 있다 비켜요 비켜, 구두들의 소란에 들썩이는 사내의 잠 목단꽃 이불이 자꾸만 새어나오는 사내의 잠을 꼬옥 덮어 주고 있다 밥처럼 따뜻한 잠을 배불리 먹으며 사내의 잠은 지금 어디로 가고 있는 것일까 목단꽃 붉은 옷을 입고 사내는 까마득한 유년을 방문하고 있는 것이다 사내의 등짝에 오래 보관되어 있던 그리운 집 하나가 나온다 얘야, 어서 오너라 아직도 어미의 젖은 저 우물처럼 마르지 않았단다 세상 어디에 어미만한 집이 있더냐 이미 익을 대로 익어 버린 사내에게 젖을 물리고픈 어머니는 사내의 잠을 두드린다 얘야, *시집, 칸나의 저녁, 서정시학 청춘 여관 - 손순미 열일곱의 머릿결 같은 비의 떨림을 들으며 나는 여관旅館..

한줄 詩 2016.06.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