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줄 詩 3890

백일홍처럼 오래오래 - 이운진

백일홍처럼 오래오래 - 이운진 삼백 년 된 백일홍나무가 꽃을 피우는 일은 그저 삼백 년쯤 된 습관이겠거니 짐작했겠지만 꽃을 만드느라 뒤채던 밤이 삼백 년이라면 그 잠은 얼마나 곤할 것인가 이를테면 지금도 삼백 년 전 첫 꽃을 맺었을 때처럼 혹은 방금 햇살을 베어 물고 날아와 앉은 새의 발목처럼 착하지도 죄를 짓지도 못한 채 당신이 내 등줄기를 짚어주던 그 밤처럼 놓지 못한 바람이 보인다면 삼백 년째 백 일 동안 꽃은 얼마나 두근거렸을 것인가 나는 그 꽃 아래서 겨우 서른 몇 날의 그리움을 걱정하였으니 백일홍나무의 몸속에 잠든 삼백 년 된 별을 어찌 알아볼 수 있겠는가 무슨 힘으로 마음을 피우고 지우며 또 피우겠는가 백일홍처럼 오래오래 *시집, 타로 카드를 그리는 밤, 천년의시작 세월 - 이운진 스무 살이..

한줄 詩 2016.08.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