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줄 詩 3890

어디선가 본 적이 있는 - 김점용

어디선가 본 적이 있는 - 김점용 무주암 2km 이정표를 본 건 확실했다 일주문 대신 대입 합격 백일기도 플래카드가 걸려 있었다 이름도 이상한 무폭포를 지나 한참을 가도 암자는 보이지 않았다 어떤 사람은 십 분 이면 나온다 하고 어떤 사람은 한 시간 정도 걸릴 거라 했다 늦단풍 사이로 비구가 걸어 내려왔다 벌써 털신을 신었다 어디선가 풍경 소리가 들리는 듯했다 그러나 가도 가도 암자는 나오지 않았다 한 시간이 지나고 두 시간이 지나도 보이지 않았다 어떤 이는 다 왔다고 저 고개 너머라며 내게 돌 하나를 주었다 어떤 이는 너무 많이 왔다고 되돌아가라며 그 돌을 빼앗았다 어떻게 할까 망설이는 사이 한 무리의 사람들이 지나갔다 한 사람은 오래전에 불타 없어졌다며 돌을 멀리 내던졌다 한 사람은 백 년이 걸려도 ..

한줄 詩 2016.08.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