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줄 詩 3890

퇴직을 하며 - 홍신선

퇴직을 하며 - 홍신선 얼마나 범속한 재능에 속고 속아왔는가 얼마나 열정에만 눈멀어 마련 없이 달려왔는가 그동안 나는 허공에서 허공을 꺼내듯 시간 속에서 숱한 시간들을 말감고처럼 되질로 퍼내었다 말들을 끝없이 혹사시켰다. 아직도 미뤄둔 잔업처럼 방치해놓은 독자도 없는 시들을 폐농지처럼 황량한 그 내부 문맥들을 폐관하는 일 처자식 입에 풀 바르느라 이골 난 호구질에 늘 무릎 꿇었던 일 막 나주볕들이 제 심중에 돋우고 있는 심지 끝에 막바지 불똥처럼 해밝게 앉는 지난 시간 초심이나 되돌아보는 일 ······ 이제 다시 어디에다 무릎 꿇고 환멸의 더 깊은 이마 조아려야 하는가 *시집, 우연을 점 찍다, 문학과지성사 처서 부근에서 - 홍신선 처서 지나 멀쩡한 푸나무들 안에서 누가 자동 펌프라도 끄는지 밤낮으로 ..

한줄 詩 2016.08.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