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칼에 새긴 - 강신애
바이칼에 새긴 - 강신애 일망무제 타오르는 분홍 노을의 첫 마음, 만년설의 고백 돌에 이름 새겨 바이칼 투명 깊이 던져 넣은 이 있으니 최후의 한 방울까지 바이칼은 소년의 첫 마음으로 저리 붉으니 그날, 빽빽한 자작나무 숲 사이 문득 마주친 곰도 백화피(白樺皮)를 긁던 주머니칼을 떨어뜨리고 얼어붙은 너의 표정을 기억하겠지 비뚤게 새겨진 이름은 수피에 돌돌 감겨 은빛 자작나무 되었으리 바이칼을 향해 의심 없이 목질의 눈을 뜨고 서 있으리 민물이 담긴 물일 뿐인데 영원히 발굴되지 않는 이야기가 있다 어느 날 가을은 살얼음 언 호수로 천천히 걸어 들어가 어둡고 차가운 바닥에 떠도는 돌 하나를 건져 올린다 밑 모를 수심에 가해진 네 팔의 관성이 박혀 붉은 어안(魚眼)처럼 태허의 비밀과 사랑의 전모를 만곡으로 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