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별 장면 - 김민정
우리는 남자와 여자여서 함께 잠을 잤다
방은 하나
침대는 둘
양말은 셋
(여자는 손수건 대신 양말 한 짝으로 코를 풀었다지 아마)
잠은 홀수여서 한갓졌다
발이 시리니 잠이 안 왔다
깨어 있으려니 더 추웠다
호텔 체크아웃을 누가 할 것인가
숙박 요금이 3일 치나 쌓였으니
이쯤 되면 폭발적인 곁눈질이다
*시집, 아름답고 쓸모없기를, 문학동네
냄새란 유행에 뒤떨어지는 것 - 김민정
장미만 파는 꽃집 옆 분식 포장마차에서
잘게 썬 돼지 살점을 이쑤시개에 꽂아
자요, 먹어요, 식어요,
맛보라던 아줌마의 앞치마가
노랗게 쩌들어 있었다
노랑이 쩌들면 누런 더러움인데
쪄들어 깨끗해지는 건 노란 옥수수라
솥에서 펄펄 익고 있는데
간만 먹는 내가
소금은 털고
남의 간이나 씹는 내 앞에서
아줌마가 레모나 빈 껍데기로 이를 쑤시었다
이가 썩었나 이 사이에 뭐가 꼈나
잇새를 파는데 끼룩끼룩 소리가 났다
종이컵으로 입 한 번 헹구더니
아줌마가 레모나 빈 껍데기로 다시금 이를 쑤시었다
레모나 빈 껍데기 그 끄트머리에
뾰족한 압침처럼 박혀 있을 냄새여
혹여 짐작이나 하시려나
당신이 이 쑤시던 이쑤시개를
내 코에 갖다 대지만 않았어도
자요, 식어요, 나요,
당신과 자주는 일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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