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사 가는 길 - 이운진
갑사 가는 길 - 이운진 누구나 한 번은 길을 잃는다면 그래서 한 자리에 오래 서 있어야 한다면 거기, 서 있고 싶네 일주문 넘어가는 바람처럼 풍경소리에 걸음 멈추고 그곳에서 길을 잃고 싶네 산그늘 물소리 깊어져서 늙고 오래된 나무 꽃이 지고 꽃 피운 흔적도 지고 나면 말(言)까지 다 지우는 마음처럼 수만 개의 내 꿈들 떨구어 내는 일이 아프지 않을 때까지 저, 먼 길 끝나지 않았으면 *시집, 모든 기억은 종이처럼 얇아졌다, 문학의전당 고드름 - 이운진 눈물이 만들어지면 그 슬픔은 이미 장식된 것이다 다, 다 반짝인 것이다 *自序 10년을 세워도 허공 속이다. 제겨디딜 한 뼘 바닥도 없는 곳! 하지만 이 위태로움이 나를 지켜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