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줄 詩

썩지 않는 혀 - 김태완

마루안 2018. 3. 17. 20:57

 

 

썩지 않는 혀 - 김태완

 

 

이미 달콤함을 감지한 혀는 오랫동안 잔잔하게 맴도는

중독성 기억을 뿌리치지 않는다

그 달콤한 기억은 생존을 위한 몸부림과 다른

참을 수 없는 욕망의 되어

갈취와 폭력에 뒷걸음질치는 허약한 양심

 

죽을 때까지 썩지 않는 혀

입안에서 철저히 보호되는 조직적인 체계를

입술과 단단한 치아가 유지하고 있다

 

입술이 타들어가고

남은 치아가 다 빠질 때까지

살면 뭐하나

 

정말 간절한 것은

달콤한 욕망의 뿌리를

기억에서 지우는 일이다

 

.....

헛말을 했더니 혀가 감긴다

젠장! 이게 뭐람

벌떼들이 독침을 품고 내 혀를 향해 몰려드는

 

 

*시집, 마른 풀잎의 뚝심, 오늘의문학사

 

 

 

 

 

 

입 안의 사막 - 김태완

 

 

갈증은 사막에서 건져 올려진 두레박

마른 목을 적시기 위한

날마다 사는 일

 

사막에 가 본 일이 없는데

날마다 사막에서 산다

밤과 낮이 다르고

쏟아져 내리는 상념이 쌓이는 여기

견디던 시간들이 바삭바삭 부서져 쌓인

모래언덕을 걷는다

 

푹 패인 발자국이 미련없이 지워지는

망각을 먹고 사는 일

 

"그랬다.

내 입 안에 사막이 들어와 살고 있었다

거친 호흡이 간간이 바람을 일으키는

환기가 없었다면

쏟아져 나온 언어들이 다시 부서져

싸늘한 모래바람으로 목구멍을 틀어막아

물 한 모금을 위한

간절한 기도를 잊었으리라"